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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춘천3(11.01.07)

사진 이야기-5

by 예동아빠 2011. 1. 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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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는 처음, 올 겨울 들어서 세번째로는 직장 사진 동호회 직원들과 번개로  찾아간 소양강. 소양5교 아래는 지난번 두번의 상황보다 좋지가 않다. 물안개도 드문 드문 피어나고 상고대는 거의 없고 해서 소양3교쪽으로 이동.

소양3교쪽은  물안개가 피어놓은 상고대가 볼 만 했지만 이리저리 휘날리는 안개로 좋은 풍경을 쉽게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보여줄듯 말듯하는 안개속 풍경도 볼 만 하다.

 

 

 철수할 무렵에 안개가 걷히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모두들 오후에는 출근해야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다.
 
 -춘천에 대한 기억-

어쩄거나 세월이  흐르고 나면 모든 지난 기억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포장된다. 그 포장안에 들어가면 시시비비는 의미가 없다. 먼저 그리움부터 출렁이고, 해서 일부러 윤색할 것도 없이 모든 과거는 저 혼자의 의미를 남긴다 
-임영태 「우린 사람이 아니었어」

호수의 도시, 안개의 도시 춘천을 떠올리면 언제나 먼저 그리움부터 출렁인다. 십대 후반과 이십대를 고스란히 보냈던 시간적인 기억도 기억이지만 춘천이사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적인 기억과   그 속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이 더 그렇게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안개.

학교 신문사에서 새벽까지 원고를 쓰거나 편집을 하다가 원고지 한 장을 넘기지도 못할 때(지금은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지만 그때는 원고지 한칸 한칸을 채워 나갔다) 커피 한잔, 담배 한대 물고 나와 학생회관 베란다까지 둘러싼 안개속에서, 안개낀 새벽 춘천의 모습을 그냥 바라보고 있으면, 신문사 동기 후배들도 한 두명씩 커피 한잔 빼들고 슬그머니 옆자리에 자리잡고는 했다. 모두들 써야할 생각은 머릿속에 많은데 그 생각이 원고지에 잘 그려지지 않는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서. 그런날이면 앞이 안보이는 안개처럼 원고지를 채우는 것은 힘들었다.

때로는 밤 안개가 좋은 날이면 소양강변 선술집으로 후배들 데리고 가서 안개낀 소양강변을 바라보며 술과 함께한 언제나 결론을 찾기 힘들었던 고민들....
청춘 시절이란 인생의 샘물 같은 걸거야. 나이가 들어 떠마실 물이 항상 거기에 고여있어야해. 그러니까 그때는 깊게깊게 샘을 파는 일에 골몰했어야 좋았겠다는 거지-윤대녕「옛날 영화를 보러 가다」

그때는 그랬다. ‘어떤 샘을 어떻게 팔까’ 서로들 치열하게 골몰했었다.


겨울. 

눈 내리는 날. 내리는 눈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맥주를 마셨던 강원도청 올라가는 언덕길이 아름답게 바라 보이는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던 「오페라」. 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그 시절에 나를 찾을려면 밤 늦은 시간이나 눈오는 날에는 「오페라」로 오거나 전화하면 열 번중에 일곱 번쯤은 연결이 될 수 있었던 「오페라」. 생맥주와 멸치, 감자튀김이 정말 맛있던 곳. 그러나「오페라」는 이제 춘천엔 없다.

하나 둘 현실에서 기억에서 사라져 가지만, 잊혀지거나 사라진 기억을 깨우려 일부러 그 흔적을 윤색할 필요는 없다. 모든 과거는 저 혼자만의 의미를 남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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