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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부족한 설악산 공룡능선(11.08.31)

사진 이야기-4

by 예동아빠 2011. 9. 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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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학교 다닐때 백담사에서 대청봉을 거쳐서 설악동까지 몇번 종주하고, 군대를 제대한던 해 가본 이후로 거의 20년만에 설악산을 가다. 운해가 많이끼는 장마철이 지났고 바람의 방향도 요즘엔 주로 북서풍이라  운해가 낄 확률이 적어서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체력 테스트 겸 포인트 구경차  다녀오다. 화요일 퇴근 후 출발하여 설악동 소공원에서 밤 11시30분부터 산행 시작. 그믐날이라 달빛도 없다. 다른 등산객도 없이 직원과 둘이서 걸어가는 산길은 떨어지는 낙엽소리도 들릴 만큼 적막하다.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는 산책하는 기분으로, 비선대에서 양폭산장까지는 조금은 등산하는 맛을 느낀것도 잠시, 양폭산장에서 부터는 제대로된 설악의 맛을 보여준다. 몇걸음 올라도 숨이차다. 최근 몇년 동안 등산다운 등산을 해본 적이 없어서 설악산 가려고 한달전부터 평일에는 새벽에 집 근처 광덕산을, 주말에는 수암봉을 오르면서 나름의 준비한 덕을 조금 보았다. 그런 준비가 없었다면 희운각 가까이에 있는 마의 무너미 고개를 오를 수 있었을까? 무너미 고개를 지나 가파른 돌길로 이어진 신선대까지의 등산로도 녹록하지 않다.  가쁜 숨을 몰아쉬여 신선대에  오른 시간은 새벽4시30분쯤. 예상했던대로 바람은 서풍이 불고 운해는 없다. 일출각도 많이 벗어나 있다. 2% 부족한것이 아니라 98%가 부족한 듯. 다시 찾을 가을 단풍철과 내년 7월을 위하여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화각 확인용 몇장 담다. 애초에는 신선대에서 일몰까지 있으려고 했으나 저녁에도 상황은 매한가지일것 같아서 소청봉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소청도 요츰 한참 신축중이라서 일하는 사람들 앞에서 사진 담기도 뭣하고 해서 대청봉으로 향하다가 그날 허락된 나의 체력은 거기까지 인것 같아서 같이간 동료는 대청봉을 갔다 오기로 하고 나는 소청에 남아서 사진을 찍다.  희운각으로 돌아와서 1박을하고 새벽3시 조금 넘어서 나홀로 신선대로. 산에 오르는 이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속을 홀로 오르는 것도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어제 보다는 조금 거센 바람이 불고, 여전히 빛만 좋은 신선대. 공룡능선의 나에게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한다.  
..... 오랜만의 등산. 비록 예상했던대로 좋은 풍경은 못 만났지만 밤새면서 몇시간 등산할 수 있는 체력이 아직은 남아 있음에 감사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웅장한 설악의 모습을 보면서 회색빛 콘크리트 도시에 젖어버린 나의 가난한 시야를 씻고 온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기로 한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지 2년. 아직 나에게는 사진을 찍은 날들 보다는  찍을수 있는 날들이 더 많이 남아 있으므로......

범봉과 멀리 우측에 보이는 울산바위. 빛이 없으니 다소 밋밋한 모습이다.

아침빛을 받은 공룡능선. 단풍이 들면 운해쯤은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일것 같다.

멀리 오른쪽에 있는 울산바위 뒤의 동해 해무가 서쪽에서 부는 바람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마음속으로 그리던 모습은 범봉을 붉은 아침빛에 운해가 감싸는 그런 풍경이었는데 빛만 좋은 날이었다.

소청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이날 하늘은 눈부시도록 푸르렀고, 속초 앞 동해가 보일 정도록 맑았고, 바람은 시원했다. 저 푸른 나무들도 이제 곧 붉고 노란색으로 갈아입는 계절, 가을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었다.

소청에서 내려오는 길에. 공룡능선 위을 유영하는 백조 한마리.

다음날(9월1일) 아침에 다시 오른 신선대. 어제 마냥 아침 빛만 좋았다.(새벽에 올라 별 찍는다고 ISO값을 1000으로 올려 놓고 잊어버리고 그냥 찍었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은 운해가 없으면 잡을 수 있는 구도는 범봉을 중심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운해가 많이 끼어 1,275봉을 중심으로 잡기전에는 망원은 그리 필요하지 않은듯. 배낭 무게을 고려하면 표준과 광각렌즈만으로도 충분한 곳인 듯

소청에서 공룡능선을 파노라마로(클릭후 좌측상단 화살표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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