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 바닷가에서 바라본 옵바위(정식 명칭은 수뭇개 바위) 일출. 금요일 저녁 고교 동문회가 있어서 10시 넘게까지 다량의 알콜을 섭취하고 밤 12시에 출발. 가는 차속에서 계속 자다가 비몽사몽 상태에서 맞이한 동해 일출. 뼈속까지 시원한(?) 바람이 간 밤의 몽롱한 숙취를 날려 주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게 좀 더 거세게 쳐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사진 한장 담아왔다.
-악몽(惡夢)-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가장 큰 악몽은 군대를 다시 끌려가는 개꿈이 제일 악몽이라고 한다. 많지는 않지만 나도 제대 후에 두어번쯤은 그런 꿈을 꾼 기억이 있는데 그야말로 개꿈같은 악몽이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 군대를 다시가는 것 보다 더한 악몽은 좀 더 다르게 온다. “어느날 환상적인 풍경을 만나 열심히 찍고 와서 보니 카메라에 메모리 카드가 들어 있지 않다든가, 찍으려고 하는데 배터리가 없다든가, 또는 물안개 피어오르는 최고의 이끼 계곡을 만났는데 삼각대를 가져가지 않아서 발만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그런 꿈을 가끔 꾸고는 한다.
술마시고 장비 한두개 빼놓고 가서 꿈속의 일들이 현실이 될까봐 금요일 저녁 술자리에 가기전에 미리 짐을 잘 챙겨두고 마음 편히 마시다가 좀 더 마시고 싶은 강한 유혹을 뒤로하고 집에와서 짐 챙겨 약속장소로 택시타고 가는데 뭔가 허전함. 차 트렁크에 있는 삼각대를 두고 왔다. 꿈이 현실이 될 뻔한 순간. 택시 돌려서 다시 삼각대를 챙겨서 약속장소인 중앙역으로.
1월. 어떻게 된 것이 송년회등 모임이 많은 12월보다 더 잦은 술자리. 한참전에 약속된 1월 30일 술자리가 "내 인생의 마지막 술자리"가 될 것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수평선 근처 구름으로 오메가는 못보고, 해가 보이기전에는 이렇게 엄청 많이 날아다니던 갈매기들도 해뜬 후에는 몇마리 보이지 않고.
돌아오는 길. 미시령 터널 근처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눈이 좀 더 쌓여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장갑을 껴도 셔터를 누르는 손이 곱아 오는 칼바람 추위속에서도 빙벽 등반을 즐기는 사람들. 얼핏 이해가 안가기도 하지만,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산에 오르고, 무박 2일 잠안자고 돌아다니고, 영하 20도의 날씨쫌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나를 이해 못하는 "또 다른 시선"이 있기에... 역시 좋아하는것 하면서 살아가는것. 그것이 최고의 행복일지도.
파노라마로 담아 본 울산바위 전경(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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