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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30 1990년(군대를 가다) (3)

1990년(군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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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갈 무렵 학교 신문사 후배들이 무사귀환(?)을 빌며 적어준 엽서. 위에서 "나만 미워하는 선배님....."라고 적은 후배는 지금은 나랑 한이불을 덮고 자고, 예쁜 "예은"이와  항상 밝은 "동혁"이의 엄마가 되었다. "술", "적시에 졸업 걱정","결강","개김"  후배들이 걱정한 이런 낱말들이 내 대학 생활의 전부를 보여 주고 있다.


 누구에게나 살아오면서 어느 한때의 기억쯤은 되새김질 해 보고 싶지 않은 때가 있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몇 년쯤을 들어내고 싶거나, 돌이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1990년 봄에서 1992년 초여름까지의 시간을 들것이다. 친구들은 제대를 하였거나 제대할 무렵인 24살의 늦은 나이에 쫓기듯 간 군대. 지금에 와서 내인생에서 황금 같았던 시간을 돌려 달라거나 보상해 달라고픈 마음도 전혀 없으나(그럴수도 없겠지만) 그때를 그리워한다거나 좋은 기억으로 떠올리고 싶은 마음은 더 더구나 없다.

 군대가서 학교 다닐때의 일로 군 검찰에 끌려 다니고, 새벽에 일어나서 보초 서고, “사람의 발바닥에 물집에 그렇게 많이 잡힐수도 있구나”고 생각할 정도의 행군과 총 보다는 삽을 더 많이 들었던 그런 육체적인 힘듦은 충분히 감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루 1시간 아니 단 몇 분의 자유로운 사고도 용납 하지 않고, 초코파이 하나, 빵 한봉지, 라면 한그릇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단세포적인 생활, 생각이 없게 만드는 분위기에서 나오는 정신적인 공허함은 감당해 낼 수 없었다.

 입대 초기 요주의 인물로 감시대상이었던 나에게는 군인이라면 그 누구나 볼 수 있는 “국방일보”인가 “전우신문”인가하는 그것 조차도  허락되지 않았으니,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강생심 꿈도 못꾸던 그때, 활자에 대한 목마름으로 건빵 봉지에 쓰여져 있던 “강력분 몇%, 계란 몇%, 이스탄트 몇%”라는 성분 표시도 글씨라고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1990년 봄 무렵 아카시아 꽃 향기가 온 산야를 덮을 때 “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올해 말고도 두 번을 더 봐야 집으로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과연 그 시간이 올 까”라고  절망하기도 했지만,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처럼 그렇게 27개월이 흘러 사단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기위해 의정부역에 두발을 내디딜때의  상큼한 발걸음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전철을 타고 도착한 상록수역에는 학교 다닐때 말썽(?)피우고, 그 말썽 때문에 군대 있을 때에도 항상 노심초사하셨던 아버지께서 마중을 나와 계셨다. 아버지는 그냥 내 어깨를 두드려 주시면서 "고생했다" 고 간단히 말하셨다. 할 말씀은 많으셨겠지만 네마디에 들어 있는 그 의미를 나는 알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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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And Comment 3
  1. 쭉쭉? NO! 빵빵? YES!! 2010.02.16 17:52 address edit & del reply

    다른 사람의 인생 들여다보기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재미있는 글 그리구 어설프지만 풋풋한 추억들 계속 부탁드려요.
    어느덧 추억을 먹고사는 나이인지라 ....

  2. 변계장 2010.04.16 16:53 address edit & del reply

    군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곳.. 그러나 힘있는 자들에겐 누구나 피해갈 수 있는 곳..
    내가 군대간 때는 86년 6월.. 24년전 춘천으로 향하던 아득한 세월이 떠오릅니다.
    춘천의 102보충대에서 사단훈련소로 배치받았던 그때는 좌경용공, 마르크스와 사회주의, 해방신학, 도시산업선교회 등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 암기하는 등 세뇌를 많이 받았던 때였지요.
    낮에는 훈련, 밤에는 암기후 발표를 완벽하게 해야 잠을 재워주던 암흑같던 시절이었습니다.
    군대 갔다와야 사람된다는 말들을 합니다. 군대가는 날부터 이 말을 가장 혐오하게 되었습니다. 돈 없고 빽없는 가련한 민초의 아들들만 남아 서로 때리고 맞으며 지켜가는 이 나라의 안보란 대체 누구의 것인지...
    대통령, 국무총리, 국정원장, 여당 원내대표.. 군대도 안 간 그들이 벙커에서 이 나라의 안보를 논하고 있습니다.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탈세 따위의 이력으로 점철된 자들이 지금 대단한 애국자 행세들을 합니다.
    저 침몰한 전함을 녹여 호미와 가래를 만드는 영원한 평화와 함께 "군대없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3. Favicon of http://cafe.daum.net/hbym6780 BlogIcon 함백카페지기(哲) 2011.06.29 18:27 address edit & del reply

    미워했던 후배랑 어떻게 살게 된거야?ㅎㅎ
    지금도 미워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모르지뭐. 애들땜에 억지로 사는지.ㅋㅋ
    잠시 네 과거가 내 과거가 된듯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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