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 가장 찍고 싶었던 사진이 태백산과 덕유산의 설경이었다. 덕유산은 거리가 좀 있어서 좀채 가기가 그렇고 태백산은 올 겨울 좋은 모습을 담을 때까지 몇번이라도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예상외로 12월초에 폭설이 내렸다. 일기예보상 토요일 날씨는 흐리고 별로인데, 일요일은 구름 조금낀 맑은 날씨에 영하10도, 풍속1미터, 습도 80%로 아주 좋은 날씨로 예보되기에 토요일 밤 버스를 타고 나홀로 태백산으로. 새벽2시30분 산행 시작. 50㎝ 넘게 폭설이 내린 태백산 등산로는 토요일 등반객에 의해서 한명 정도는 다닐 수 있도록 다져져 있고, 그 다져진 등산로 위에는 바람에 흩날린 눈과 간밤에 내린 눈으로 누구의 발자국도 남아 있지 않다. 오늘은 내 발자국이 태백산 등반로의 첫 발자국이다. 별 의미는 없지만 12월4일 태백산 정상은 내가 제일 먼저 올랐다. 도착한 시간은 새벽4시경. 일기예보에서는 풍속 1미터의 바람과 영하10도로 예보되었는데 바람은 10미터는 족히 넘고 체감 기온은 영하20도 정도 되는 것 같다. 가지고간 여분의 웃옷을 몇벌 떠 껴입고 바람과 추위에 맞서다. 바람과 함께 휘날리는 안개는 주목에 상고대로 얼어 달라 붙어셔 좋기는 한데 일출 시간에 하늘이 열릴지 걱정된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뿐, 일출 시간에 안개가 낮게 깔리면서 운해로 바뀌고, 붉어오는 여명 빛과 그리고 주목에 달라 붙은 눈꽃과 상고대. 그야말로 환상의 장면을 연출해 주었다. 올 겨울 대여섯번 갈 작정까지 했던 태백산 설경을 한방에 졸업했다.(이건 순수한 내 생각과 기준으로).
... 이번 출사 에필로그
1. 감(感)을 믿자.- 이번 출사도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안가기에는 왠지 찝찝하기도 하고 가면 꼭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이 왔다. 예전에도 몇번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예감이 좋아서 갔을 때는 정말로 좋은 풍경을 만났다. 2010년1월의 춘천이 그랬고, 작년 경화역과 상동이끼 계곡등 몇 곳이 그랬다. 반대로 별생각없이 따라간 인터넷 동호회와의 출사는 좋은 풍경을 만난 기억이 별로 없다.
2. 물을 위에서 부터 언다. 따라서 추운곳에 등산할때는 물병을 거꾸로 꽂아라. -작년과 올초 덕유산과 태백산에서 가지고 간 생수 입구가 얼어서 물 한모금도 못 마셔서 이번에는 생수병 입구가 아래로 내려오게 배낭에 거꾸로 꽂아서 등산 했는데 산행도중에 마시고 똑바로 꽂아나서 이번에도 나중에는 물 한 모금 못 마셨다. 쵸코렛 "자유시간"도 얼어서 돌 처럼 딱딱하고, 귤도 얼음이 씹히고...
3. 터미널이나 역근처 식당은 피하라-하산해서 터미널 근처에서 먹은 국밥은 또 왜그리 맛이 없는지. 역시나 역이나 터미널 주변 식당은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들에 정말로 공감한다.
산위로 완전히 떠오른 태양 빛을 받아 빛나는 주목들. 상고대가 핀 주목은 마치 산호 같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 내고 있었다.
안개와 세찬 바람속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주목과 태백산 전경이 붉어오는 여명과 더블어 안개가 잦아 들며 황홀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한다. 낮게 깔리는 운해와 함께.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보여주는 주목의 모습들. 일출시간에는 포인트에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어서 자리를 옮길 공간이 없어 그냥 한곳에서 줌하고 화각이나 조절하면서 찍어야 한다.
태백산 상고대 포인트는 표준렌즈(24-70)로 잡기에는 화각이 좁다. 내가 가지고 있는 광각렌즈(11-16)은 너무 넓고. 12-24렌즈가 딱인데.
원래 계획은 정상 천재단 근처에서 일출때 주목을 찍고 문수봉을 돌아서 하산하려고 했는데 일출때 열렸던 하늘이 이후에는 안개속에 묻혔다 보였다 하기를 반복하여 문수봉쪽은 포기하고 그냥 하산. 내려와서 국밥 한그릇 말아먹고 돌아오다.
정말로 이날의 날씨는 "환상"이라는 단어로도 그 황홀함을 모두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같은 장소에서 올해 2월13일에 찍은 왼쪽 사진에는 운해도,상고대도,눈꽃도 없었고 약한 여명빛만 있었다. 오늘은 앙상한 주목 가지에 눈꽃과 상고대로 살이 오르고, 넘실대는 운해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속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아침 빛. 자주 태백산을 가지 못하고 어쩌다 가는 나로서는 앞으로 이런날을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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